지난 4월 국회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적용할 제9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비준동의안을 가결했습니다. 정부가 올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은 9200억원입니다. 연도별 인상률은 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적용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SMA는 한미 양국이 1991년부터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관한 방위비분담을 위해 체결하고 있는 특별협정입니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 제1항은 시설·구역을 제외한 미군 경비는 미국 측이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예외조항에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가 경비를 분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분담금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됩니다.

국가방위란 적의 공격이나 침략을 막아서 나라를 지켜내는 행위입니다. 더 들여다보면 국민생활을 안정시키고 국민, 영토,주권을 지키는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의 혈세를 들여가며 맺은 동맹국의 군인에게 억울하게 살해된 대한민국 여성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기지촌 여성’들입니다. 경기 의정부시와 동두천시 주한 미군부대 주변에서 십수년 전 미군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3건의 살해 사건중 1건은 올해 초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고, 나머지 2건은 그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7일에는 주한미군 기지촌 여성 인권침해 진상조사와 명예회복, 생활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주한미군기지촌 성매매 피해 진상규명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기지촌여성의 인권 침해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 및 유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 정부는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을 위해 미군 기지촌에서의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조장·방조·묵인·허용했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안에도 억울하게 살해된 기지촌 여성들의 한을 풀어주는 대목은 미흡합니다.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현재 25년입니다. 2007년 이전은 15년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들 3건의 사건은 2007년 이전에 발생한 것으로 공소시효는 15년입니다. 물론 범인이 외국으로 도주 했을 때는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법문이 있으나 ‘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외국에 거주하는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미군 범죄는 이런 측면에서 공소시효 정지를 적용하기가 어렵다는게 법조계의 의견입니다.

 

■공소시효 만료로 영구미제
1999년 1월30일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에서 ㄱ씨(당시 45세)가 자신의 방 안에서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ㄱ씨는 옷을 모두 벗은 상태였고 전선으로 목이 감겨져 있었습니다. 경찰은 발견 당시 침대 위 벽에 붉은 립스틱으로 ‘whore(매춘부)’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던 점 등으로 미뤄 미군을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또 ㄱ씨는 사건 당일 성매매 손님으로 미군만 상대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당시 한미주둔군지휘협정(SOFA)으로 용의자로 추정되는 미군들에 대한 DNA 검사조차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올해 1월30일이었습니다.

 

■공소시효 한 달 남은 ㄴ씨
1999년 9월 7일 경기 동두천에서 미군과 동거 중이던 ㄴ씨(당시 47세)가 방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이웃이 발견했습니다. 시신 발견 당시 현관문은 잠겨 있었고, 방 열쇠를 가진 사람은 미군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씨가 평소 술을 많이 마셔 ‘질식사’나 ‘사고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f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타살에 대한 수사는 배제됐습니다. ㄴ씨는 이보다 앞서 1997년 5월에는 자신이 장기 투숙하던 여인숙에서 동거중이던 미군 병사에게 심하게 구타를 당해 16시간동안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적도 있었습니다. 상해죄로 기소된 미군병사는 약식재판을 거쳐 벌금 100만원에 처해졌습니다.

 

2000년 3월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던 여성이 살해된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캠프 스탠리 후문 앞 주택가. 경찰은 당시 용의자로 미군 병사를 지목했으나 결국 범인 검거에는 실패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유력한 미군 용의자도 못잡은 살해사건, 공소시효 8개월 남아

2000년 3월11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캠프 스탠리 후문 주변 주택가 2층 옥탑방에서 이곳에 세들어 살던 ㄷ씨(당시 65세)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ㄷ씨는 갈비뼈 10여개와 앞니 두 개가 부러져 있었고 머리와 온몸에는 멍자국이 선명했습니다. 부검에서 ㄷ씨의 직접적 사인은 흉부 및 두부 손상으로 나왔습니다. 시신 상태로 미뤄 ㄷ씨는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찔러 숨지기 전까지 많은 시간을 고통 속에 보냈을 것으로 당시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ㄷ씨는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며 근근이 살아온 여성이었습니다.
당시 사건은 쉽게 풀리는 듯했습니다. 미 수사대가 미군이 저지른 범죄임을 인정하고 “용의자를 조사 중”이라고 알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 수사대는 수개월이 지나도록 “조사 중”이라며 사건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돌연 “우리가 조사하는 용의자는 범인이 아니다”라고 통보했습니다.
ㄷ씨 살해사건은 미 수사대가 용의자를 확보해 놓고도 유야무야 덮었다는 의혹이 짙습니다. 경찰은 사건 전날 밤 ㄷ씨와 키 180㎝가량의 미군 흑인 병사가 함께 옥탑방으로 들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하게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목격자도 확보했습니다. 몽타주도 작성해 배포했지만 결국 미군 부대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한 경찰관은 “용의자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을 정도로 수사가 어려웠다”고 기억했습니다.

 

 

Posted by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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